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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칼럼] 정치인의 막말!

기사입력 2019.07.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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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李守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애국시인 이육사의 청포도 시(詩)가 생각나는 때이다.

     

    벌써 2019년도 상반기가 지나가고 하반기가 시작 됐다. 나라도 가정도 개인도 지난 6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보고 남은 6개월을 알차게 보내야하겠다.

     

    이게 나라냐? 이게 정치냐? 곳곳마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방향과 경로가 어디인지 전문가들도 알지 못한다.

     

     ‘국정농단’이니 ‘사법농단’이니 하면서 지나간 과거사 파헤치기에 전염하다가 세월 다보내고 있다. 거기다가 국회의원은 눈만 뜨면 상대방의 말꼬리나 잡고 물고 늘어져 싸움박질이 일쑤다. 국민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으로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말(言語)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은 무엇인가?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모두 말은 아니다. 하품 같은 아닌말, 귓속말, 웅변(雄辯) 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웅변가이자 소설가인 宋一鎬 선생님으로부터 웅변을 배웠다.

     

    宋선생님은 “웅변은 무조건 고함만 지르는 것이 아니고, 짧은 시간에도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경우에 합당한 말(雄辯)은 은쟁반 위에 올려놓은 금사과다.”라고 늘 강조 하셨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고 대구상고를 졸업한 필자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것도, 만38세에 대구 중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도 모두 宋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오늘날은 말의 홍수시대이다. 우리들의 생활은 날마다 말의 바다 속에 헤엄치기인 것이다. 무심결에 한 말이 어느 날 비수가 되어 날아와 등을 꽂는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마를까 하노라” 하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하고 후회하는 것이 어디 어제와 오늘의 일만이겠는가?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한 마디 한 마디 생각없이 하다가 보니 세상이 온통 말의 난장판이 되지 않았는가.

     

    특히 국민의 대표자요 대변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의 영향은 실로 크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란 구호는 아직까지도 감명을 주고 있다.

     

    전두환 정부 때 故 兪成煥 국회의원은 “국시(國是)는 반공 이 아니라 통일 이어야한다.”고 말했다가 제명되고 구속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劉承旼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발언을 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원수가 되는 단초(端初)가 되었다.

     

    정치인은 하지 않아도 될 말 한마디가 막말이나 망언(妄言)이 되어 온 나라가 난리 법석이 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李海瓚 대표의 “한줌거리” “도둑놈들” “정치권에서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黃敎安 대표의 “좌파폭정” “군은 정부, 국방부의 입장과 달라야 한다.”와 羅卿瑗 원내대표의 “문빠” “달창” 등 수없이 많다. 여야 어느 쪽이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여야가 똑 같다.

     

    내가 모시고 있는 89세 장모는 우리 부부가 싸울 때 어느 편을 들지 않고 “싸우는 사람은 둘 다 똑같다”고 늘 말했는데,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故 姜元龍 목사는 “말은 돈에 비유될 수 있다. 과장된 말은 인플레와 같고,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는 말은 흡사 부도수표와 같고, 의식적인 거짓말은 위조지폐와 같은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말은 신용이 있어야 하고, 그 중에서 군인과 정치가의 말은 보증수표와 같이 정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쓰는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 약점을 잡아 죽기 살기로 물고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말을 많이 하면 실언(失言)을 할 수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자. 불쑥하지 말고 오래 생각하여 꼭 필요할 때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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