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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큰맘먹고 큰돈들인 여론조사 결과를 물타기용으로 이용하지 마라.

기사입력 2020.02.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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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포항 발행인/(주)경북미디어 대표이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여야 대표정당의 후보결정에 여론조사 결과가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기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보수텃밭인 TK 지역에서도 자유한국당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 여론조사 전화벨이 쉼 없이 울렸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역의원은 물론 예비후보들까지 가세해 여론조사 응대를 호소하는 홍보문구가 단체문자, 카톡, 페이스북 등 각종 SNS를 도배하다시피 점령했다.

     

    “전화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가히 여론조사 결과에 각 캠프진영이 사활을 건 모습이다.

     

    달랑 1명에게 주어지는 본선티켓에 후보는 여러명이니 만만한 지역에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내리꽂거나, 아니면 과거처럼 체육관 선거나 여론조사 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30일 본지(뉴스앤포항)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공표를 놓고 말들이 많다.

     

    포항남‧울릉과 포항북 지역구로 나눠 동시에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 공표이후 지지율 통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후보 측근들이 일제히 불법여론조사를 한 경남지역 여론조사 업체를 예로 들어 SNS에 전파했다.

     

    마치 본지가 경남지역의 여론조사 업체처럼 불법 여론조사 왜곡이 의심된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이다.

     

    그중 압권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소리와 유력주자로 꼽히는 북구의 A후보측 참모가 “니가 가지고 있는 번호로 여론조사 돌렸냐?”는 황당한 소리다.

     

    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약 8년여 포항시장 선거 2회, 국회의원선거 1회에 출마한 A후보 캠프를 지휘한 사람으로 여론조사의 폐해와 효용성을 누구보다 잘 알며, 2018년 지방선거에는 여론조사 때문에 선관위에 불려가 큰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비록 3전 3패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스런 소리는 듣지만 그런 이유로 감히 전문가 수준의 경험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나 핵심참모의 입장에서 언론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몸져누울 만큼 충격이라는 것을 누차 겪어 왔다.

     

    그런 이유로 논평을 내고 듣보잡 언론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나는 여론조사를 위해 다소의 비용만 걸었지만 그들은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더욱 이해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인생을 감히 일개 듣보잡 언론이 어떻게 장난을 치겠는가?

     

    “언론이 큰 비용이 드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표할리 없다.” “모 후보측과 친하니 그쪽이 유리한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말도 무지에서 나오는 하소연이나 자신의 지지율 낮음에 대한 변명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론조사 참으로 어렵다. 돈도 많이 든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공표용 여론조사의 연령별 가중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안심번호가 필요하고 이를 받으려면 열흘이나 걸린다.

     

    설문문항도 메이저 언론은 신고의무가 없지만 우리 같이 신생 듣보잡 언론은 신고해서 필터링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해도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 등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충실히 따라야 공표가 가능하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큰맘 먹고 큰돈 들인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로 실었다. 1등한 후보에게는 축하를, 맹추격중인 후보에게는 격려를, 약간 처진 후보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여론조사 수치를 내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모두에게 100점씩 드리고 싶으나 시스템이 하는 일을 내가 어찌 손댈 수 있겠는가.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 않는다. 여론조사는 인지도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현명하다.

     

    각 캠프측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총 동원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든 후보측이 그러기 위해 평소에는 잘 안가는 재래시장을 가서 허리를 숙이고 행사장을 찾아가고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지 않았던가.

     

    단기착신 전화를 무더기로 개설해 허위응답을 유도하는 등 조직적인 왜곡사례만 없다면 모양새 빠지기는 하지만 전화 잘 받아 달라는 선거운동 노력이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 노력의 결과를 이번 본지의 여론조사로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감사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현명할텐데 듣보잡 언론이라고 뭉개고 물타기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럴 시간 있으면 선거운동이나 더욱 열심히 하시라 당부하고 싶다.

     

    기대에 어긋나서 미안하지만 본지의 이번 여론조사 통계수치가 너무 아름다워서(이상한 점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서) 여론조사 업체와 본지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는 점을 밝힌다.

     

    더욱 미안한 것은 어느 후보에게서도 이번 여론조사를 위해 땡전 한푼 받지 않았다. 하기야 받아도 받았다고 할리야 없겠지만 듣보잡에게 불법 배팅할 후보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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